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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의술' 실천하는 한의사 박정민씨

790354 2006. 8. 9. 22:14
[한겨레] [이사람] ‘나눔 의술’ 실천하는 한의사 박정민

서울 동소문동 자향한의원 박정민(31) 원장은 얼마 전 겪은 일을 소개하면서 연신 “환자는 의사의 스승”이라고 했다.

공중보건의를 포함해 6년의 진료활동 동안 그는 무엇보다 아토피 치료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소아 아토피 환자가 왔어요. ‘이런 정도야’ 하고 자신했지요. 근데 웬걸요. 처방을 다르게 하고, 외용제도 바꿔봤지만 되레 악화되기만 해요. 그러다가 아이 엄마로부터 ‘짜증 나고 답답할 때마다 애를 때리고 꾸중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주부 우울증이었죠. 그제야 아이 증세가 호전 안되는 까닭을 알았지요.”

박 원장은 “스트레스는 ‘미니에이즈’라고 할 정도로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된다”며 “병을 고치려면 가족의 생활패턴, 식습관 등을 파악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박 원장은 “사람들은 자연면역력을 통해 스스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한다. 그러면 왜 병을 앓고, 병으로 죽어가는가. “자연상태의 심신을 스스로 괴롭혀 몸의 균형이 깨진 탓이죠. 원래 상태를 거스르면서 생긴 병이니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얘기죠.” 그가 병원 이름을 자향(自香), 즉 ‘스스로 향기를 내는 사람’이라고 지은 것도 이런 의료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박 원장은 “환자뿐 아니라 동료 한의사들한테도 부끄럽지 않게 늘 연구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거창한 이름을 지었다”며 “자신을 담금질하는 채찍이자 목표”라고 했다.

조부 때부터 3대째 한의사를 천직으로 삼고 있는 그는 “의료는 의사의 철학과 기술을 환자와 공유하고 봉사하는 일이라고 배웠다”며 “증상은 몸만 아니라 정신·마음과 연결돼 있어 이를 고치려면 ‘전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 시절 ‘한·약 파동’를 겪으며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박 원장은 “병원은 환자의 자연면역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현재 불편한 증상의 개선뿐 아니라 지금 증상이 발생하게 된 환자의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주는 구실까지 해야 한다”는 믿음이 환자 돌볼 때 얻게 되는 힘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가 꿈꾸는 병원은 궁극적으로는 ‘건강생활 복합기관’이다. 그는 “병원은 환자가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혹은 숨질 때까지 책임져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매월 수익의 1%를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공연 초대권을 환자들에게 선사하는 것도 이런 책임과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같은 ‘자향’ 이름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 17곳과 협진체계를 갖추고 있다. 동료 한의사들과 매달 한두 차례 세미나는 필수라고 한다. “끊임없는 연구는 의사의 의무이지, 결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이 세상 하나뿐인 생명을 맡겨주는 환자들과 하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지요.”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