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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울 평화상 수상기사(세계일보)

790354 2006. 9. 7. 20:11

2006년 9월 7일 (목) 08:41   세계일보

무담보소액대출 빈곤퇴치 새 해법 제시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66) 박사가 제8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사장 이철승)은 6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담보 소액대출제도(Microcredit)를 창안해 빈민들의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한 유누스 그래민은행 총재를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철승 이사장은 “빈곤 퇴치가 평화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감안, 빈곤 타파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전 세계에 확산해 많은 빈민들에게 자활의 길을 열어준 유누스 박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달 19일 서울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상패, 20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유누스 박사는 서울평화상문화재단에 “무담보 소액대출제도는 빈민들에게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 주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본인과 그래민은행이 펼쳐온 빈곤퇴치 운동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매우 영광스럽다”고 수상 소감을 알려왔다.

1940년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유누스 박사는 다카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72년부터 치타공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는 치타공대학 인근에서 대나무 제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는 마을 주민들이 27달러가 없어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현실을 목격하게 되면서 무담보 소액대출제도를 생각하게 됐다. 자신의 돈을 주민에게 빌려주었던 유누스 박사는 76년 자신이 직접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국립은행에서 돈을 빌려 더 많은 빈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고 이것이 그래민은행의 출발점이 됐다.

방글라데시 정부와 중앙은행은 당초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유누스 박사가 79년까지 500가구를 구제하자 중앙은행도 마침내 이에 동참했다. 이후 유누스 박사는 교수직을 버리고 그래민은행 업무에 전념했고 83년 은행을 정식 법인으로 발족한 뒤 86년 정부의 은행 인가를 받았다.

담보를 잡힐 것이 전혀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대출해 주는 그래민은행의 독특한 운영방식은 무모해 보였지만 상환비율 98%를 웃도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고 이 같은 대출제도는 현재 한국, 아프가니스탄, 카메룬 등 전 세계 37개국, 9200만명을 대상으로 운영될 정도로 폭넓은 반향을 일으켰다. 유엔은 2005년을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해’로 정하기도 했다.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고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정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서울평화상은 90년 제1회 수상자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선정하는 등 2년마다 수상자를 발표해 왔다.

2회 이후 수상자는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 ‘국경없는 의사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오가타 사다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등이다. 이 중 ‘국경없는 의사회’와 아난 사무총장은 서울평화상 수상 후 각각 3년 뒤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한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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